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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칼끝 뒤에 어른거리는 그림자 — 중국·이란 ‘관리된 공조’를 읽는다

📅 0636 KST — 2026.06.28
✍️ wjdwo703
⏱️ READ 13 MIN

나는 오래전부터 이렇게 봐왔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싸움은 어느 한쪽이 무릎을 꿇거나 이란의 지도부가 바뀌지 않는 한 끝나지 않는다고. 이유는 단순하다. 이란이라는 국가의 정체성 자체가 미국을 ‘대(大)사탄’, 이스라엘을 ‘소(小)사탄’으로 규정하는 데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적대가 정책이 아니라 신앙에 가까운 나라와는, 협정 한 장으로 평화가 오지 않는다. 6월 17일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해 놓고도 호르무즈에서 사흘 연속 칼을 주고받는 지금 풍경이, 그 진단을 다시 확인시켜준다. 그리고 그 칼끝 뒤에서 나는 ‘중국 이란 공조’라는 그림자를 본다.

그런데 이번 국면을 들여다보다가, 나는 이란의 칼끝 뒤에서 자꾸 어른거리는 그림자 하나가 마음에 걸렸다. 바로 중국이다. 원유 수송 차질은 단순한 전쟁 후유증이 아니라 점점 구조화되고 있고, 그 혼란의 수혜와 배후에 베이징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 오늘은 이 ‘중국 이란 공조’ 가능성이라는 가설을 내 방식대로 따져보려 한다. (앞서 중국의 희토류 통제와 미국의 반격 편에서 다룬 미·중 자원 경쟁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미리 밝혀둔다 — 이건 입증된 사실이 아니라, 정황을 읽는 한 사람의 해석이다. 사실과 추론을 분명히 갈라서 가겠다.

먼저 사실부터 — 이란의 돈줄은 베이징이다

해석을 하기 전에 검증된 사실부터 깔자. 이란 경제는 제재로 숨이 막혀 있다. 그 막힌 숨통을 틔워주는 게 중국이다. 중국은 이란이 수출하는 원유의 약 80~90%를 사들인다. 그것도 산둥성에 몰려 있는 이른바 ‘찻주전자(teapot)’ 정유사들이 — 작고 민간이라 미국 제재의 칼날을 국영기업 대신 맞아주는 구조다 — 할인된 가격에 받아간다. 이란 입장에서 베이징은 단순한 고객이 아니라, 제재 속에서도 정권을 지탱시켜주는 산소호흡기다.

여기서 내가 가장 주목한 사건이 하나 있다. 2026년 4월 미국 재무부가 중국 2위 찻주전자 정유사 헝리(다롄)를 비롯한 다섯 곳을 이란산 원유 거래로 제재했는데, 5월에 중국이 이 제재를 사실상 막아섰다는 보도다. 그냥 모른 척 산 게 아니라, 미국이 이란의 돈줄을 끊으려 하자 베이징이 적극적으로 방패를 든 것이다. 이건 ‘중립적 무역’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적어도 이 대목에서 중국은 이란의 전시(戰時) 자금줄을 의식적으로 지켜줬다.

외교적 엄호, 그리고 ‘실탄’

돈만이 아니다. 중국은 외교 무대에서도 이란의 등을 받쳐왔다. 유엔에서 미·이스라엘의 공습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러시아와 함께 냈고, 3월 말에는 파키스탄과 공동으로 ‘5개항 제안'(휴전·호르무즈 정상 통항 등)을 내놓으며 중재자 행세를 했다. 표면적으로는 ‘평화를 위한 중재’지만, 그 중재의 무게중심이 어디로 기우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더 무거운 건 정보당국 평가다. 여러 분석은 베이징이 이란에 재정 지원과 미사일 부품 공급을 준비했다고 본다. 다만 중국은 공개적·직접적 군사 개입은 끝내 피했다. 왜? 바로 다음 장에서 풀겠지만, 중국 자신의 이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돈줄 + 외교 엄호 + 부품’이라는 세 가지 선이 이란으로 향하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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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정보

군에서 정보판단을 할 때 늘 되뇌던 게 있다. 의도는 숨길 수 있어도 흐름은 못 숨긴다. 돈과 부품과 외교적 엄호가 한 방향으로 흐른다면, 당사자가 “우리는 중립”이라고 말해도 그 흐름 자체가 입장을 말해준다.

이 관계는 어디서 왔나 — 25년의 포석

지금의 밀착은 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 뿌리가 있다. 2021년 중국과 이란은 25년 포괄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보도된 규모는 향후 25년간 중국이 약 4천억 달러를 이란의 에너지·인프라에 투자하고, 그 대가로 할인된 이란산 원유를 장기적으로 확보한다는 것이었다. 한쪽은 제재 속에서 숨 쉴 자본이 필요했고, 다른 쪽은 값싸고 안정적인 기름과 중동 교두보가 필요했다. 이해가 정확히 맞아떨어진 거래다.

그 위에 제도적 외피도 씌워졌다. 이란은 2023년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정식 가입했고, 이듬해에는 브릭스(BRICS)에도 들어갔다. 둘 다 중국이 주도하거나 무게를 싣는 ‘비서방 진영’의 틀이다. 다시 말해 중국·이란의 결합은 즉흥적 야합이 아니라, 수년에 걸쳐 경제·외교·제도의 세 층위로 깔아온 포석 위에 서 있다. 내가 이번 호르무즈 국면의 ‘공조 가능성’을 가볍게 넘기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미 판은 오래전에 깔려 있었다.

중국과 이란 국기, 정유시설 실루엣 — 에너지 동반 관계

그렇다면 중국 이란 공조인가 — 내가 정황을 읽는 법

이제 해석의 영역이다. 중국 이란 공조라는 의심을 나는 이렇게 읽는다. 중국에게 중동의 혼란은, 적어도 ‘적당한 선’까지는 이득이다. 미국이 중동 수렁에 발이 묶일수록, 중국이 진짜 노리는 무대인 인도·태평양과 대만에서 미국의 여력은 줄어든다. 실제로 중국 안에서는 “미국이 이란전 하나도 못 끝내는데, 본토에서 훨씬 먼 대만에서 더 큰 전쟁을 감당할 수 있겠나”라는 식의 메시지가 퍼진다. 이란이 미국을 중동에 잡아두는 동안, 베이징은 시간과 명분을 번다.

여기에 타이밍을 겹쳐보면 의심은 더 짙어진다. 미·중이 희토류를 놓고 통제를 풀었다 조였다 하는 줄다리기, 걸프 국가들이 시진핑에게 중재 역할을 요청하며 베이징의 위상이 올라가는 흐름 — 이 모든 게 ‘중동이 시끄러울수록 중국의 카드가 늘어난다’는 한 방향을 가리킨다. 이란은 이념적으로 미국과 못 싸워서 안달이고, 중국은 그 이란을 살려두며 미국의 발목을 잡는다. 이 두 이해(利害)가 맞물려 돌아가는 모습이, 내 눈에는 명시적 음모는 아닐지언정 사실상의 공조로 보인다. 서명된 밀약이 없어도, 서로의 행동이 상대의 이익에 정확히 복무한다면 그건 결과적으로 공모와 다르지 않다.

그런데 — 공조설의 결정적 구멍

여기서 멈추면 절반짜리 분석이다. 나는 내 가설을 스스로 때려봐야 한다고 배웠다. 공조설에는 치명적인 구멍이 하나 있다. 호르무즈가 완전히 막히면, 가장 크게 다치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이 해협을 통해 하루 약 540만 배럴의 걸프산 원유를 들여온다. 러시아에서 받는 양의 두 배가 넘는다. 이란이 정말로 호르무즈를 영구 봉쇄한다면, 그건 미국이 아니라 중국의 산업 동맥을 스스로 조르는 일이 된다.

그래서 중국의 실제 행동은 ‘봉쇄 부추기기’가 아니라 ‘봉쇄 막기’에 가깝다. 파키스탄과 함께 호르무즈 정상 통항을 요구하고, 직접 군사 개입은 한사코 피하고, 걸프와 이란 양쪽에 화해를 권한 것도 그 때문이다. 만약 중국·이란이 호르무즈를 함께 닫으려는 ‘진짜 공모’ 관계라면, 중국이 이렇게 제 발등을 찍을 리가 없다. 이 대목은 단순한 공모설로는 설명이 안 된다. 공정하게 말하면, 중국은 이란이 미국을 괴롭혀주길 바라면서도, 그 칼이 자기 기름줄까지 끊는 건 결코 원하지 않는다.

중국 이란 공조? 내 결론은 ‘관리된 공조’

두 그림을 겹쳐놓고, 중국 이란 공조의 실체를 나는 이렇게 정리한다. 이건 ‘호르무즈를 함께 닫자’는 서명된 음모는 아니다. 그러기엔 중국의 손해가 너무 크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연한 평행’도 아니다. 돈줄을 대고, 제재 방패를 들고, 부품을 준비하고, 외교적으로 엄호하는 일련의 행동은 분명 의도된 것이다. 그래서 내가 붙이고 싶은 이름은 ‘관리된 공조(managed alignment)’다. 중국은 이란이라는 칼이 미국을 적당히 베어주길 바라되, 그 칼날이 자기 기름줄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정교하게 관리한다. 이란을 죽지 않을 만큼 살려두고, 미국을 이기지 못할 만큼 괴롭히는 — 그 절묘한 균형점을 베이징이 조율한다는 게 내 판단이다.

그리고 이 관계는 결코 대등하지 않다. 이란은 중국 없이 버티기 어렵지만, 중국은 이란이 없어도 산다. 그래서 나는 이걸 ‘동맹’이라 부르지 않는다. 차라리 비대칭 활용 관계다. 중국은 이란의 반미(反美) 이념을 자기 전략 자산으로 빌려 쓰고, 이란은 살아남기 위해 그 손을 잡는다. 앞서 짚었듯, 이란 지도부가 바뀌지 않는 한 적대가 상수라면, 베이징은 그 상수를 가장 영리하게 활용하는 플레이어인 셈이다. 전쟁을 직접 하지 않으면서, 전쟁의 과실만 챙기는 자리 — 그게 지금 중국이 앉아 있는 의자다.

중국 이란 공조 구도 — 미·중·이란 지정학 체스판과 원유 수송로

앞으로의 시나리오 — 톱니의 향방

그럼 이 ‘관리된 공조’는 앞으로 어떻게 흐를까. 내가 보는 가장 가능성 높은 그림은 ‘톱니 패턴’이다. 협상 국면에선 호르무즈가 조금 열리고 유가가 빠지다가, 교전 국면에선 다시 통항이 얼어붙고 유가가 튀는, 봉합과 파열이 번갈아 반복되는 형태다. 이번 6월처럼 MOU에 서명해 놓고도 며칠 만에 선박을 때리는 장면이, 앞으로 분기마다 변주되며 되풀이될 공산이 크다. 완전한 평화도, 완전한 봉쇄도 아닌 어정쩡한 중간지대 — 그게 모두에게 가장 ‘관리 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균형을 깨뜨릴 변수는 두 가지다. 첫째, 이란 지도부의 변화다. 반미를 국시로 삼은 체제가 흔들리거나 노선을 바꾸면, 중국이 빌려 쓰던 ‘칼’ 자체가 사라진다. 둘째, 중국의 에너지 안보 셈법이다. 만약 이란의 도발이 도를 넘어 호르무즈가 장기 봉쇄되면, 중국은 이란을 감싸는 손을 거두고 안정 쪽으로 급선회할 수 있다. 결국 이 게임의 진짜 조종간은 테헤란이 아니라 베이징이 쥐고 있다는 게 내 결론이다. 이란은 칼을 휘두르지만, 그 칼을 어디까지 허용할지는 중국의 이익이 정한다.

한국은 어디에 서 있나

마지막으로 우리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한국은 원유의 대부분을 중동에서, 그것도 호르무즈를 거쳐 들여온다. 즉 이 해협의 톱니바퀴가 한 번 어긋날 때마다 한국의 정유·석유화학·항공·해운이 직격탄을 맞는다. 게다가 우리는 안보는 미국에 기대고 경제는 중국과 깊이 얽힌 나라다. 미·중이 이란을 사이에 두고 ‘관리된 긴장’을 이어간다면, 한국은 그 긴장의 비용을 가장 먼저, 가장 조용히 떠안는 위치에 있다.

그래서 나는 이번 호르무즈 사태를 ‘먼 중동의 불’로 보지 않는다. 이건 미·중 전략 경쟁의 축소판이고, 그 무대 위에서 이란은 칼을, 중국은 손을, 미국은 방패를 들고 있다. 한국은 관객이 아니라, 무대 옆에서 함께 바람을 맞는 처지다. 적대가 끝나지 않을 싸움이라면, 우리가 할 일은 ‘언제 끝나나’를 점치는 게 아니라 ‘계속된다는 전제 위에서’ 에너지·공급망·외교의 완충장치를 두껍게 깔아두는 것이다. 끝을 기다리는 자가 아니라, 끝나지 않아도 버티는 자가 살아남는다.

자주 묻는 질문 (FAQ)

A

서명된 밀약 같은 ‘공모’가 입증된 적은 없습니다. 다만 중국이 이란산 원유의 80~90%를 사들이고, 2026년 5월 미국의 자국 정유사 제재를 막아서고, 외교적으로 엄호한 정황은 사실입니다. 이 글은 그 정황을 ‘관리된 공조’라는 해석으로 읽되, 입증된 사실과 추론을 구분합니다.

A

맞습니다. 그게 공모설의 결정적 구멍입니다. 중국은 호르무즈를 통해 하루 약 540만 배럴의 걸프산 원유를 들여오며, 이는 러시아산의 두 배가 넘습니다. 완전 봉쇄는 중국 산업에 직격탄이라, 중국은 오히려 ‘봉쇄 막기’에 가깝게 움직였습니다.

A

자국 이익 때문입니다. 호르무즈 안정과 걸프산 원유 수입이 걸려 있어, 중국은 이란에 재정·부품 지원은 준비하면서도 공개적 군사 개입은 피했습니다. 전쟁을 직접 하지 않으면서 미국의 발목이 묶이는 과실만 취하는 전략입니다.

A

한국은 원유 대부분을 호르무즈를 거쳐 들여오므로, 해협이 출렁일 때마다 정유·석유화학·항공·해운이 직접 충격을 받습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얽힌 구조상 미·중의 ‘관리된 긴장’ 비용을 가장 먼저 떠안는 위치입니다.

📚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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