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 임대료를 얼렸다. 2026년 6월 26일, 뉴욕시 임대가이드라인위원회(RGB)는 약 100만 세대의 임대안정(rent-stabilized) 아파트에 대해 2년간 임대료 인상률 0%를 의결했다. 사실상 2년짜리 임대료 동결이다. 위원회 역사상 처음 있는 2년 연속 동결이다. 조란 맘다니 신임 시장의 “임대료를 얼려라(Freeze the rent)”라는 선거 구호가, 취임 6개월 만에 현실이 됐다. 서민에게는 당장 반가운 소식이다. 그런데 나는 이 뉴스를 보며 다른 장면이 떠올랐다 — 지금의 세입자는 웃지만, 그 세입자의 자식들이 훗날 낡아버린 할렘가의 뒷골목에서 슬피 우는 장면이다. 왜 그렇게 보는지, 오늘은 경제학의 눈으로 짚어보려 한다.
무슨 일이 벌어졌나 — 2년 임대료 동결 0%
먼저 사실부터. RGB는 9명 중 7명의 찬성(7-1)으로 1년·2년 신규 계약 모두에 0% 인상을 확정했다. 적용 대상은 약 100만 채의 임대안정 아파트로, 뉴욕 전체 주택의 약 27%다. 2026년 10월 1일부터 2027년 9월 30일 사이에 시작되는 신규 임대차에 적용된다. 맘다니 시장은 취임 직후인 2월, 위원회 9석 중 6석을 자기 사람으로 채웠고, 그 위원회가 공약을 그대로 실현했다. 표결 당일 아침, 집주인 측을 대표하던 한 위원은 “이건 이미 지난해 선거 유세장에서 결정된 일”이라며 사퇴했다. 정치가 시장(市場)의 가격을 직접 눌렀다는 뜻이다.
임대료를 묶으면 무슨 일이 생기나 — 경제학의 오래된 답
가격을 시장 아래로 묶는 정책의 결과는, 경제학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합의가 잘 된 주제 중 하나다. 스웨덴 경제학자 아사르 린드베크는 이렇게 말했다. 임대료 통제는 “폭격을 제외하면” 도시를 파괴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과격한 표현이지만, 그 안에는 냉정한 메커니즘이 있다.
핵심은 이렇다. 임대료는 0%로 묶였는데, 집주인이 감당하는 비용 — 재산세, 보험료, 인건비, 자재비, 난방·수도 — 은 물가와 함께 계속 오른다. 수입은 고정, 비용은 상승. 이 간극이 벌어질수록 집주인에게 남는 선택지는 뻔하다. 유지·보수를 미루는 것이다. 새는 지붕을 고치지 않고, 낡은 보일러를 교체하지 않고, 복도 페인트를 다시 칠하지 않는다. 왜? 고쳐봤자 임대료를 더 받을 수 없고, 안 고쳐도 세입자는 나가지 않으니까. 건물은 ‘자산’이 아니라 ‘부담’이 되고, 부담이 된 건물에 주인은 더 이상 애정을 쏟지 않는다. 거리 청소도, 조경도, 방범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임대료 동결이 ‘거리의 슬럼화’로 이어지는 첫 번째 톱니바퀴다.

증거는 이미 있다 — 샌프란시스코와 1970년대 뉴욕
이건 이론만이 아니다. 실제 데이터가 있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샌프란시스코의 1994년 임대료 통제 확대를 분석한 유명한 연구에 따르면, 통제 대상이 된 집주인들은 임대주택 공급을 15% 줄였다. 아파트를 콘도(분양)로 전환하거나, 아예 헐고 새로 짓거나, 시장에서 빼버린 것이다. 그 결과 도시 전체 임대료는 오히려 약 7% 올랐고, 퇴거(eviction)는 늘었으며, 고급 재건축이 늘면서 젠트리피케이션과 불평등이 심화됐다. 세입자를 지키려던 정책이, 정작 세입자가 살 집을 줄이고 도시를 더 비싸게 만든 것이다.
더 뼈아픈 사례는 뉴욕 자신에게 있다. 1970년대, 강력한 임대료 통제 아래 뉴욕의 집주인들은 수익이 나지 않는 건물을 아예 ‘포기’하기 시작했다. 유지비도 안 나오는 건물을 방치하고, 세금을 안 내고 떠나버렸다. 사우스브롱크스와 할렘 일대에서 건물이 비고, 부서지고, 불에 탔다. ‘불타는 브롱크스(The Bronx is burning)’라는 말이 그때 나왔다. 서두에 그린 ‘할렘의 뒷골목’은 상상이 아니라, 뉴욕이 이미 한 번 걸어본 길이다.

선의(善意)가 가장 위험할 때는, 그 선의가 대가를 미래로 미룰 때다. 임대료 동결의 혜택은 오늘의 세입자가 즉시 받지만, 그 비용 — 방치된 건물, 쪼그라든 공급, 슬럼화된 거리 — 은 몇 년 뒤 다음 세대가 치른다. 경제학은 늘 묻는다. “그래서, 그 비용은 누가 언제 내는가?”
왜 임대료 동결이 ‘거리의 슬럼화’로 이어지나
나는 뉴욕의 슬럼화를 ‘가능성’이 아니라 ‘예정된 경로’로 본다. 이유는 단순한 산수다. 인플레이션이 연 3%라고 치자. 임대료가 2년간 0%로 묶이면, 집주인의 실질 수입은 2년 만에 6% 가까이 깎인다. 그런데 건물은 매년 늙는다. 배관은 삭고, 엘리베이터는 고장 나고, 외벽은 갈라진다. 실질 수입이 줄어드는 주인이 늙어가는 건물에 돈을 부을 이유가 없다. 합리적인 집주인일수록 유지보수를 줄인다. 이건 집주인이 악해서가 아니라, 제도가 그렇게 행동하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눈에 보이지 않게, 그러나 확실하게 쌓인다. 처음엔 복도 전구가 나가고, 다음엔 로비가 지저분해지고, 그다음엔 난방이 시원찮아진다. 형편이 되는 세입자부터 조용히 떠나고, 남은 건물은 더 낡는다. 낡은 건물이 모인 거리는 상권이 죽고, 죽은 상권은 치안을 무너뜨린다. 도시의 쇠퇴는 폭탄처럼 오지 않는다. 페인트가 벗겨지듯, 아주 천천히 온다. 그래서 무섭다. 결국 집주인들은 더 이상 뉴욕을 위해 거리를 청소하지 않고 건물을 보수하지 않을 것이다. 그 무관심의 총합이 곧 도시의 얼굴이 된다.

그래도 — 반대편의 논리도 들어야 한다
다만 나는 한쪽 이야기만 하고 싶지는 않다. 임대료 동결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논리도 분명히 있다. 첫째, 뉴욕의 임대료는 정말로 살인적이다. 소득의 절반 이상을 월세로 내는 가구가 수두룩하고, 매년 오르는 임대료에 밀려 쫓겨나는 사람들이 실재한다. 증시는 최고인데 서민은 우는 이 시대의 역설이 뉴욕 임대시장에도 그대로 겹친다. 동결은 그들에게 ‘올해는 안 쫓겨난다’는 숨통이다. 둘째, 이번 조치는 전체 주택이 아니라 임대안정 대상(약 27%)에만 적용된다. 시장 전체를 얼린 게 아니다. 셋째, 집주인이 당장 손해만 보는 것도 아니다 — 그동안 누적된 인상과 자산 가치 상승을 감안하면, 한두 해 동결로 곧장 파산하는 구조는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이 반론들은 진지하게 받아야 한다. 특히 ‘당장 거리에 나앉을 사람을 지킨다’는 명분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 이렇게 답한다. 문제는 동결이 ‘틀린 목표’라서가 아니라 ‘틀린 도구’라서다. 서민을 지키자는 목표는 옳다. 그러나 가격을 강제로 누르는 방식은, 그 서민이 살 집 자체를 갉아먹는다. 좋은 목표를 나쁜 도구로 이루려 할 때, 대가는 늘 가장 약한 사람에게 돌아온다.
진짜 해법 — 가격을 묶지 말고 공급을 풀어라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경제학자들 사이에 좌우를 막론하고 꽤 넓은 합의가 있다. 두 가지다. 첫째, 공급을 풀어라. 임대료가 비싼 근본 원인은 집이 부족해서다. 용도지역 규제(조닝)를 완화하고, 인허가 장벽을 낮추고, 더 많이 짓게 하면 가격은 내려간다. 가격을 억지로 누르는 대신, 공급을 늘려 자연스럽게 낮추는 것이다. 둘째, 사람을 직접 도와라. 집값 자체를 통제하는 대신, 정말 어려운 가구에게 주거 바우처·보조금을 직접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세입자를 지키면서도 집주인의 유지보수 유인을 죽이지 않는다.
요컨대 ‘가격 통제’가 아니라 ‘공급 확대 + 표적 보조’다. 이건 이념 문제가 아니라 도구 선택의 문제다. 맘다니의 동결은 정치적으로는 화끈하고 즉각적이지만, 경제적으로는 가장 낡고 위험한 도구를 꺼내 든 셈이다. 불이 났을 때 물이 아니라 휘발유를 붓는 격이라고까지는 못 해도, 최소한 물이 아닌 건 분명하다.

한국도 남 일이 아니다
이건 태평양 건너의 남 얘기가 아니다. 한국도 2020년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으로 비슷한 실험을 했다. 세입자를 지키자는 선의에서 출발했지만, 시행 직후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전셋값이 되레 뛰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지적이 많았다. 가격에 뚜껑을 씌우면 공급이 숨는다는, 뉴욕과 똑같은 메커니즘이다. 선의의 정책이 의도와 반대의 결과를 낳는 이 패턴은, 나라와 도시를 가리지 않는다.
내 결론 — 선의가 도시를 무너뜨릴 때
정리하자. 맘다니의 임대료 동결은 오늘의 세입자에게는 분명한 선물이다. 나는 그 선의를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경제학이 반세기 넘게 쌓아온 증거는 한 방향을 가리킨다 — 시장 아래로 묶인 가격은 공급을 줄이고, 유지보수를 죽이고, 결국 도시를 낡게 만든다. 뉴욕은 이 길을 1970년대에 이미 한 번 걸었고, 샌프란시스코도 같은 대가를 치렀다. 그래서 나는 뉴욕의 ‘거리 슬럼화’를 막연한 걱정이 아니라 예정된 청구서로 본다. 다만 그 청구서가 도착하는 데 몇 년이 걸릴 뿐이다.
물론 이 결말이 100% 확정된 건 아니다. 만약 맘다니 시정부가 동결과 ‘동시에’ 대규모 공급 확대와 유지보수 지원을 병행한다면, 파국의 속도는 늦춰질 수 있다. 그러나 가격만 누르고 공급을 풀지 않는다면, 뉴욕의 영광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저물 것이다. 도시의 쇠퇴는 언제나 선의로 포장된 채, 페인트가 벗겨지듯 조용히 온다. 오늘 웃는 세입자의 손주가 낡은 복도에서 울지 않으려면, 뉴욕은 가격이 아니라 공급을 손봐야 한다. 경제학이 주는 답은, 인기는 없지만 분명하다.
자주 묻는 질문 (FAQ)
2026년 6월 26일 뉴욕시 임대가이드라인위원회가 7-1로 임대안정 아파트 약 100만 채(전체 주택의 약 27%)에 대해 2년간 임대료 인상률 0%를 의결한 조치입니다. 위원회 사상 첫 2년 연속 동결이며, 2026년 10월~2027년 9월 신규 계약에 적용됩니다. 맘다니 시장의 대표 공약이었습니다.
임대료는 0%로 묶이는데 재산세·보험·인건비·자재비는 계속 오르기 때문입니다. 수입은 고정, 비용은 상승이니 집주인은 유지·보수를 줄이게 됩니다. 건물이 낡고, 형편 되는 세입자가 떠나고, 거리 상권과 치안이 무너지는 연쇄로 이어집니다. 스탠퍼드 연구(샌프란시스코)와 1970년대 뉴욕(‘불타는 브롱크스’)이 실제 사례입니다.
목표는 옳습니다. 문제는 도구입니다. 가격을 강제로 누르면 세입자가 살 집(공급) 자체가 줄어듭니다. 경제학의 대안은 두 가지입니다 — ① 조닝 완화·인허가 간소화로 공급을 늘려 가격을 자연스럽게 낮추고, ② 정말 어려운 가구에 주거 바우처·보조금을 직접 지급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유지보수 유인을 죽이지 않고도 서민을 지킬 수 있습니다.
있습니다. 한국도 2020년 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 등)으로 유사한 실험을 했고, 시행 직후 전세 매물 감소와 전셋값 상승이라는 부작용이 지적됐습니다. ‘가격에 뚜껑을 씌우면 공급이 숨는다’는 메커니즘은 뉴욕과 동일합니다. 선의의 가격 통제가 의도와 반대 결과를 낳는 패턴은 나라를 가리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