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군에서 15년을 보내며 ‘지형을 먼저 읽으라’고 배웠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2026년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선거구 재획정(redistricting) 전쟁을 보며, 나는 한 가지를 분명히 느낀다 — 이 싸움의 본질은 ‘누가 더 나쁜가’가 아니라, 오랫동안 한쪽으로 기울어 있던 운동장을 트럼프와 공화당이 비로소 바로 세우려 한다는 데 있다. 물론 이건 내 관점이다. 그러나 그 관점도 사실 위에 서 있어야 한다. 숫자부터 보자.
– 민주당은 자기 텃밭을 극단적으로 게리맨더해 왔다 — 메릴랜드 8석 중 7석, 일리노이 17석 중 14석
– 캘리포니아는 2025년 독립 선거구위원회를 우회해, 득표 60%로 의석 93%를 노리는 지도를 밀어붙였다
– 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에선 주대법원이 공화당 주의회 안을 제치고 민주당 주지사가 선호한 지도를 채택했다
– 트럼프의 텍사스·노스캐롤라이나 등 재획정은 ‘같은 도구로 기울어진 판을 바로잡는’ 대응이다
– 한국엔 공화당이 의회를 쥐느냐가 통상·방위비·대중·대이란 정책의 방향을 가른다
먼저 인정하자 — 게리맨더링의 원조 챔피언은 민주당이다
내가 보기에 이 논쟁에서 가장 정직하지 못한 태도는 ‘공화당만 게리맨더링한다’는 프레임이다. 숫자가 그걸 반박한다. 메릴랜드를 보라. 트럼프가 이 주에서 약 34%를 득표했는데도 공화당 하원의석은 8석 중 단 1석이다. 일리노이는 더하다. 공화당이 17석 중 겨우 3석을 쥐고 있다 — 득표율과 의석률의 괴리가 26%포인트에 달한다. 뉴욕, 매사추세츠도 같은 그림이다. 이들은 ‘민주당 최대치 게리맨더(maximal Democratic gerrymander)’로 불린다. 이건 진보 성향 연구기관이든 보수 매체든 다르지 않게 인정하는 사실이다.
압권은 캘리포니아다. 캘리포니아는 한때 ‘공정한 선거구’를 만들겠다며 독립 선거구위원회를 도입해 모범 사례로 칭송받았다. 그런데 2025년, 민주당은 그 위원회를 우회해 노골적으로 당파적인 지도를 통과시켰다. 이미 52석 중 거의 전부를 쥔 상태에서, 뉴섬 주지사는 60% 득표로 93%의 의석을 가져가는 그림을 노렸다. 자기들이 만든 ‘공정 위원회’를 자기 손으로 건너뛴 것이다. Fox뉴스의 표현을 빌리면, 민주당 주들은 결코 ‘깨끗한 손’이 아니다. 나는 이 대목에서 분명히 말하고 싶다 — 게리맨더링을 도덕의 문제로 포장해 공화당만 비난하는 건 위선이다.
자기들이 만든 ‘공정 선거구 위원회’를 자기 손으로 우회한 캘리포니아. 60% 득표로 93% 의석을 노리는 지도. 이게 ‘민주주의 수호’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된다면, 공화당의 대응은 왜 ‘권력 찬탈’인가.

판은 어떻게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졌나 — 법원이라는 변수
경합주를 봐야 진짜가 보인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바로 그 경합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위스콘신과 펜실베이니아에서는 주대법원이 공화당이 장악한 주의회의 지도안을 제치고, 민주당 주지사가 선호한 지도를 채택했다. 미시간과 애리조나는 이른바 ‘독립위원회’로 작성권이 넘어갔다. 결과적으로 공화당이 선거에서 이겨 확보한 주의회의 작도권이, 선출되지 않은 법원과 위원회의 손으로 무력화된 사례가 적지 않다.
나는 군에서 ‘규칙은 모두에게 같아야 한다’고 배웠다. 그런데 이 게임의 규칙은 이상하게 작동했다. 민주당이 주를 쥔 곳(메릴랜드·일리노이·뉴욕·캘리포니아)에서는 게리맨더링이 관철되고, 공화당이 주를 쥔 경합주에서는 법원이 끼어들어 되돌렸다. 그 합산 효과로, 2024년 무렵엔 전국 선거구 지도가 민주당에 유리하거나 최소한 평평하게 맞춰졌다. 공화당이 더 많은 주의회를 ‘선거로 이겨’ 확보했음에도, 그 승리가 지도에 온전히 반영되지 못한 것이다. 이게 내가 보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실체다.

트럼프의 재획정 — ‘권력 찬탈’이 아니라 ‘균형 회복’
그래서 트럼프와 공화당이 텍사스,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미주리, 인디애나, 플로리다에서 지도를 다시 그리는 것을, 나는 ‘균형 회복’으로 읽는다. 텍사스의 새 지도는 공화당에 +5석을 안길 수 있고, 대법원은 일단 그 지도의 진행을 허용했다. 핵심은 이것이다. 공화당은 ‘선거로 이겨’ 그 주의회들을 장악했다. 민주당이 캘리포니아·메릴랜드에서 한 일을, 공화당이 텍사스·노스캐롤라이나에서 똑같은 합법적 권한으로 하는 것이다. 한쪽이 하면 ‘전략’이고 다른 쪽이 하면 ‘위협’이라는 이중잣대를, 나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면 내가 탄핵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칠지만 솔직한 표현이다. 의회를 잃으면 그의 모든 의제 — 국경 통제, 감세와 규제 완화, 그리고 이란 전쟁을 끝낸 외교적 성과까지 — 가 멈추거나 역행한다. 정치는 결국 다수를 만드는 게임이고, 다수를 만드는 합법적 수단 중 하나가 재획정이다. 민주당이 수십 년간 능숙하게 써온 그 수단을, 공화당이 이제 제대로 쓰기 시작한 것뿐이다.
중간선거의 진짜 판돈 — 트럼프 의제의 생사
나는 이 재획정 전쟁을 단순한 의석 다툼으로 보지 않는다. 트럼프 2기의 성과가 영속하느냐, 한 번의 임기로 끝나느냐가 걸린 싸움이다. 그는 이미 굵직한 카드를 쥐고 있다 —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로 중동의 화약고를 식혔고, 이란발 저유가로 미국 소비자의 기름값을 갤런당 4달러 아래로 끌어내렸다. 강한 국경, 제조업 리쇼어링(인텔·애플의 미국 내 칩 생산 합의가 그 상징이다)으로 ‘미국 우선’을 실물로 보여주고 있다. 중간선거에서 의회를 지키면 이 노선은 가속하고, 잃으면 레임덕과 탄핵 시도의 늪에 빠진다.
반대편의 논리도 안다 — 관세가 물가를 자극해 역풍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관세는 비용을 끌어올리는 정책이고, 소비자 전가율이 50%를 넘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 비용을, 수십 년간 중국에 내준 제조 기반과 일자리를 되찾는 ‘투자’로 본다. 단기 물가의 따끔함과 장기 산업주권의 회복 — 어느 쪽에 무게를 둘지는 가치의 문제이고, 트럼프 진영은 후자를 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의 정당성을 유권자에게 묻는 무대가 바로 이번 중간선거다.
공정을 위한 반론 — 이 그림의 다른 면
물론 나는 이 사안의 다른 면도 정직하게 적어둔다. 첫째, 2010년대의 ‘REDMAP’은 공화당이 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미시간 같은 경합주를 겨냥해 대대적으로 게리맨더한 프로젝트였다 — 즉 공화당도 경합주를 적극적으로 그려 이득을 본 시기가 분명히 있었다. 둘째, 이번 텍사스 지도는 하급심에서 ‘인종적 게리맨더일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을 받았다(대법원이 진행은 허용했지만 논란은 남아 있다). 셋째, 임기 중간에 지도를 다시 그리는 ‘중간 재획정’은 정치 불신을 키우는 escalation이라는 비판이 양당 일각에서 모두 나온다. 이 점들을 빼면 그림이 한쪽으로 기운다.
그럼에도 내 결론은 바뀌지 않는다. 양당이 모두 게리맨더링을 한다는 전제 위에서, ‘민주당의 텃밭 게리맨더와 경합주를 되돌린 법원 판결’이 만든 기울기를, 공화당이 합법적 권한으로 바로잡으려는 것 — 이게 2026년 재획정 전쟁의 본질이라고 나는 본다.
숫자로 보는 판세 — 무엇이 걸려 있나
지형을 읽을 땐 늘 숫자로 확인해야 한다. 지금 하원은 공화당이 아주 얇은 차이로 다수를 쥐고 있다. 중간선거는 통상 집권당에 불리하게 작용하는데, 이번엔 변수가 많다. 우선 의원들의 대거 은퇴 — 2026년 사이클에 58명의 하원의원이 재선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이는 미국 역사상 1992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자리가 비면 경합도 커진다. 보수 성향 선거분석가 션 트렌디(RealClearPolitics)는 “민주당 텃밭은 이미 게리맨더링을 최대치까지 써버렸기 때문에, 전면전이 벌어지면 공화당이 최대 20석까지 더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민주당은 더 짜낼 주가 적고, 공화당은 더 많은 주를 쥐고 있어 ‘추가로 그릴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물론 민주당도 가만있지 않는다. TIME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은 최대 13개 주에서 맞불 재획정을 검토 중이다. 즉 이건 한쪽의 일방적 게임이 아니라, 양측이 쥔 패를 모두 던지는 ‘전면전’이다. 다만 패의 두께가 다르다 — 공화당이 더 많은 주의회를 쥐고 있고, 민주당의 텃밭은 이미 한도에 가깝다. 이 구조적 차이가, 내가 ‘이번 전면전의 저울추는 공화당 쪽’이라고 보는 근거다. 그리고 이 저울추를 누가 쥐느냐가, 트럼프 임기 후반의 입법 동력 전체를 좌우한다.
참모의 시선 — 이 싸움이 한국에 보내는 신호
한국 독자에게 이 미국 내 다툼은 남의 집 일이 아니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의회를 지키면, 트럼프의 노선 — 강한 관세와 리쇼어링, 동맹의 방위비 분담 압박, 대중 강경, 대이란 데탕트 — 이 힘을 받아 계속된다. 한국에는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재편의 압력과 기회가 동시에 커지고, 방위비·주한미군을 둘러싼 협상 카드가 거칠어질 수 있다. 반대로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하면 트럼프는 레임덕에 빠져 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린다 — 이 또한 한국 기업엔 불확실성이다.
나는 어느 정당의 승리를 한국이 응원해야 한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미국 의회 권력의 향방이 곧 한국의 통상·안보 환경으로 번진다는 것, 그리고 그 향방을 좌우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바로 이 ‘선거구 지도’라는 것 — 이걸 읽어야 다음 수가 보인다는 얘기다. 더 넓은 맥락은 앞서 쓴 워시의 매파 연준과 참모의 시선 분석에서 이어진다.
자주 묻는 질문 (FAQ)
아닙니다. 양당 모두 합니다. 메릴랜드(8석 중 7석 민주당), 일리노이(17석 중 14석 민주당), 그리고 독립위원회를 우회해 노골적 지도를 통과시킨 캘리포니아처럼, 민주당의 텃밭 게리맨더는 보수·진보 매체가 공통으로 인정합니다. 다만 2010년대 REDMAP처럼 공화당이 경합주를 게리맨더한 시기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이 칼럼의 관점에서는, 민주당이 텃밭에서 게리맨더를 관철하고 경합주에선 법원이 공화당 지도를 되돌려 판이 기운 상태에서, 공화당이 선거로 이긴 주의회의 합법적 권한으로 지도를 다시 그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2010년대엔 공화당도 경합주를 게리맨더했고, 텍사스 지도는 인종 게리맨더 논란이 있다는 반론도 함께 봐야 합니다.
의회를 잃으면 국경·감세·규제완화·대이란 외교 등 트럼프 의제가 멈추거나 역행하고, 레임덕과 탄핵 시도에 노출됩니다. 트럼프 본인이 “이기지 못하면 탄핵당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했을 만큼, 의회 다수 확보가 2기 성과의 존속을 좌우합니다.
공화당이 의회를 지키면 관세·리쇼어링·방위비 분담 압박·대중 강경·대이란 데탕트 노선이 힘을 받아, 한국엔 공급망 재편의 기회와 압력, 방위비 협상의 부담이 동시에 커집니다. 반대로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하면 트럼프 레임덕으로 정책 일관성이 흔들려 불확실성이 커집니다.
📚 참고 자료
- Fox News — 민주당 주들도 ‘깨끗한 손’이 아니다(블루스테이트 게리맨더)
- RealClearPolitics — 션 트렌디: 블루스테이트 이미 최대치 게리맨더
- Washington Examiner — 재획정 전쟁·캘리포니아 우회 지도
- Brennan Center / Ballotpedia — 주별 재획정 통제·2026 재획정 현황
- TIME — 민주당, 최대 13개 주 재획정 계획 (20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