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평화협정으로 중동의 화약고가 식어가는 사이, 또 다른 전선이 달아오르고 있다. 바로 ‘희토류(rare earth)’다. 2026년 6월, 중국은 희토류를 넘어 미국이 의존하는 공급망 길목 전반으로 통제를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 모터, 미사일 유도장치, 풍력 터빈, AI 데이터센터의 냉각·전력 부품까지 — 현대 산업의 거의 모든 곳에 희토류가 들어간다. 그리고 그 정제 능력의 약 90%를 중국이 쥐고 있다. 참모의 시선으로 ‘조용한 자원 전쟁’의 과거와 오늘, 그리고 기업들의 생존 전략을 짚는다.
– 중국은 희토류 정제 능력의 약 90% 장악 — ‘병목(choke point)’을 무기화
– 통제 연혁: 2025.4 보복 도입 → 10월 FDPR식 0.1% 글로벌 라이선스 → 2026.1 사마륨·가돌리늄·은 추가 → 3월 공급망 안보 규정(제834호)
– 2026.6: 희토류를 넘어 다른 핵심 품목으로 통제 확대 (워싱턴포스트)
– 미국 대응: 1월 핵심광물 행정명령, 펜타곤의 MP머티리얼즈 지분투자·Lynas 계약·’Project Vault’ 비축(120억 달러)
– 관련 기업: MP Materials, Lynas, USA Rare Earth — 비중국 공급망의 핵심 축
희토류가 왜 ‘전략 무기’가 됐나
희토류는 17개 원소를 통칭한다. 이름과 달리 지각에 ‘희귀’하지는 않지만, 경제성 있게 채굴하고 특히 ‘정제·분리’하는 과정이 극도로 어렵고 환경 부담이 크다. 바로 이 정제 단계에서 중국이 세계의 약 90%를 장악하고 있다. 광산은 호주·미국·아프리카에도 있지만, 캐낸 광석을 쓸 수 있는 금속·자석으로 바꾸는 공정은 사실상 중국을 거쳐야 한다. 이 ‘정제 병목’이야말로 중국이 쥔 진짜 카드다.
특히 네오디뮴·디스프로슘 같은 원소로 만드는 영구자석(NdFeB)은 전기차 구동모터와 정밀유도무기, 풍력 발전기의 심장이다. F-35 전투기 한 대에 수백 킬로그램, 잠수함 한 척에 수 톤의 희토류가 들어간다. 즉 희토류는 단순 원자재가 아니라 첨단 제조업과 국방의 ‘비타민’이다. 공급이 끊기면 생산 라인 전체가 멈춘다. 중국이 이 지점을 정확히 겨냥하면서, 희토류는 관세·반도체에 이은 미·중 경쟁의 핵심 전선이 됐다.

중국의 통제 연혁 — 점점 정교해지는 칼날
중국의 희토류 통제는 한 번의 사건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정교해진 전략이다. 시작은 2025년 4월,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에 대한 보복으로 희토류 수출통제를 도입한 것이었다. 이후 무역 긴장이 일부 완화되며 상당수 관세·제한은 풀렸지만, 핵심 중(重)희토류 통제만큼은 끈질기게 유지됐다.
2025년 10월, 중국은 역대 가장 포괄적인 규제를 내놨다. 미국의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그대로 본떠, ‘중국산 희토류가 0.1% 이상 포함되거나 중국 가공기술로 만든 제품은 전 세계 어디서 생산되든 중국의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고 못 박은 것이다. 이는 중국의 규제 관할권을 지구 전체의 공급망으로 투사하는, 사실상의 역(逆)수출통제였다. 2026년 1월에는 통제 목록에 사마륨·가돌리늄·루테튬 등 희토류 화합물과 은(silver)까지 추가됐다.
결정타는 2026년 3월의 국무원 명령 제834호, ‘산업·공급망 안보 규정’이었다. 수출통제·대응조치·데이터안보·투자심사를 하나의 국가안보 틀로 통합한 중국 최초의 전용 공급망 안보 프레임워크다. 그리고 2026년 6월, 워싱턴포스트는 중국이 이제 희토류를 넘어 미국이 의존하는 다른 길목 품목들까지 조용히 옥죄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희토류 카드’가 ‘공급망 전반의 무기화’로 진화한 것이다.
중국의 진짜 무기는 매장량이 아니라 ‘정제 병목’이다. 광산을 늘려도 분리·자석 공정이 없으면 무용지물 — 이 빈틈을 미국과 동맹이 메우는 데는 수년이 걸린다.

미국의 반격 — 비축, 가격 하한, 그리고 국가 자본
미국도 손 놓고 있지 않다. 2026년 1월 발표된 핵심광물 행정명령은 정제 핵심광물이 국방·인프라·첨단산업에 필수임을 명시하고, 수입 규제 가능성, 국내 정련·가공 인프라 투자, 동맹과의 공급망 협력을 정책 수단으로 제시했다. 핵심은 ‘시장에만 맡기지 않고 국가가 직접 개입한다’는 전환이다.
가장 상징적인 조치는 펜타곤(국방부)의 직접 자본 투입이다. 국방부는 약 4억 달러를 투입해 미국 최대 희토류 기업 MP머티리얼즈의 지분을 인수하고, 텍사스의 자석 생산까지 지원하는 민관 파트너십을 맺었다. 또 호주 Lynas와는 4년간 9,600만 달러 규모로 경(輕)·중(重)희토류 산화물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더해, 중국의 가격 덤핑으로부터 비중국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 NdPr 산화물에 ‘최저 구매가(가격 하한)’를 설정했다. 시장가가 무너져도 미국 정부가 사주는 구조로, 광산 투자의 불확실성을 정부가 흡수하는 셈이다.
비축도 본격화됐다. 펜타곤은 ‘Project Vault’라는 핵심광물 비축 사업에 약 120억 달러(민간자본 16.7억 달러 + 수출입은행 대출 100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위기 시 공급이 끊겨도 버틸 ‘전략 재고’를 쌓는 것이다. 일본도 유사한 전략으로 동맹 공급망을 중국발 가격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려 한다. 요컨대 미국과 동맹의 대응은 ‘국산화 + 비축 + 가격보장’의 3종 세트로 요약된다.
기업들은 어떻게 움직이나
이 거대한 재편의 한복판에 비중국 희토류 기업들이 있다. MP머티리얼즈(MP Materials)는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패스 광산을 운영하는 미국 최대 희토류 업체로, 펜타곤의 지분 투자를 등에 업고 텍사스에 자석 공장을 짓고 있다. 2026년경 미국 내 첫 중희토류 분리 능력을, 2028년경 대규모 자석 생산 능력을 갖추는 것이 목표다. 사실상 ‘미국 희토류 독립’의 간판 기업이다.
Lynas Rare Earths는 중국 밖 최대 희토류 생산자로, 호주에서 캐고 말레이시아에서 정제하며 미국 텍사스에도 정제 시설을 짓고 있다. 펜타곤 공급 계약으로 안정적 수요처를 확보했다. USA Rare Earth는 오클라호마주 스틸워터에 31만 제곱피트 규모의 소결자석 ‘이노베이션 랩’을 완공하고, 연 3,000톤 규모 NdFeB 자석의 2026년 상반기 첫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한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국가가 뒤를 받쳐주는 전략 산업’이 됐다는 점이다. 과거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번번이 무너지던 비중국 광산이, 이제 정부의 가격보장·지분투자·장기계약이라는 안전판 위에서 다시 일어서고 있다.
다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정제·자석 공정의 노하우와 규모를 중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수년이 걸리고, 환경 규제와 막대한 초기 투자가 걸림돌이다. 2026년 6월 미·중 비즈니스협의회 보고서는 일부 희토류는 이미 확보가 ‘거의 불가능’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즉 미국의 ‘희토류 독립’은 방향은 맞지만, 실제 자립까지는 험난한 길이 남아 있다.
병목을 깨는 데 걸리는 시간 — 대체와 재활용
중국의 정제 독점을 무너뜨리는 길은 크게 세 갈래다. 첫째는 비중국 정제·자석 공장의 신·증설인데, 이는 위에서 봤듯 수년과 막대한 자본이 든다. 둘째는 ‘재활용(도시광산)’이다. 폐전기차 모터, 폐풍력터빈, 폐가전에서 희토류 자석을 회수하면 신규 채굴 의존도를 낮출 수 있어, 미국·유럽·일본이 회수 기술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셋째는 ‘대체 기술’이다. 희토류를 적게 쓰거나 아예 안 쓰는 모터(페라이트 자석, 권선형 모터 등)와 소재 연구가 활발하지만, 성능·효율에서 아직 영구자석을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중국 의존을 피할 수 없고, 중기적으로 비중국 공급망과 재활용이 빈자리를 조금씩 메우며, 장기적으로 대체 기술이 판을 바꾸는 그림이다. 이 시간차가 바로 중국의 협상력이자, 미국·동맹이 서두르는 이유다. 자원 전쟁의 승부는 ‘누가 먼저 병목을 복제하느냐’의 속도전이다.
동맹의 자원 연대 — ‘광물 NATO’는 가능한가
미국은 혼자 이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래서 호주(채굴·정제), 일본(기술·수요), 캐나다·유럽(광산·자본)을 묶는 ‘핵심광물 동맹’을 추진한다. 호주 Lynas에 대한 펜타곤 계약, 일본과의 가격 보호 공조가 그 신호다. 일각에서는 이를 ‘광물판 NATO’라 부른다. 자원을 안보 동맹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한 나라가 끊겨도 동맹이 함께 버티는 집단 안보 모델이다.
다만 이 연대에도 균열은 있다. 정제 공장의 환경 부담을 누가 떠안을지, 가격 보장의 비용을 누가 분담할지, 그리고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어디까지 감수할지에서 나라마다 이해가 다르다. 한국은 이 연대의 핵심 수요국이면서도 중국 의존도가 높아, ‘동맹 공조’와 ‘중국 리스크 관리’ 사이에서 정교한 줄타기가 필요하다.
한국과 투자자의 시선
한국은 이 전선의 직접 당사자다. 전기차·배터리·반도체·방산 등 한국 주력 산업 대부분이 희토류와 영구자석에 의존하는데, 그 공급망은 중국에 크게 기대고 있다. 중국의 통제가 강화될수록 한국 제조업의 원가와 생산 안정성이 흔들린다. 정부 차원의 비축 확대, 자석 국산화, 그리고 호주·미국·베트남 등으로의 공급선 다변화가 시급한 과제다.
투자 관점에서 희토류는 ‘지정학 프리미엄’이 붙는 테마다. 중국이 통제를 조일 때마다 비중국 희토류 기업의 주가가 출렁이고, 정부 자금이 유입되며 구조적 수요가 뒷받침된다. 다만 변동성이 크고 실적 대비 기대가 앞서는 경우가 많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 흐름은 앞서 다룬 AI 반도체·맞춤형 칩 경쟁, 그리고 미·중 기술패권의 큰 그림과 한 몸으로 움직인다. 관련 분석은 참모의 시선에서 이어 확인할 수 있다. 중동의 불은 꺼지는데 자원·기술의 전선은 더 뜨거워지는 것 — 이것이 2026년 지정학의 역설이다.
자주 묻는 질문 (FAQ)
이름과 달리 지각에 그리 희귀하지는 않습니다. 진짜 문제는 채굴이 아니라 ‘정제·분리’ 공정으로, 이 단계가 극도로 어렵고 환경 부담이 커 중국이 세계의 약 90%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제 병목’이 무기가 됩니다.
2025년 4월 미국 관세에 대한 보복으로 도입됐고, 2025년 10월 FDPR식 0.1% 글로벌 라이선스, 2026년 1월 사마륨·은 등 품목 추가, 3월 공급망 안보 규정(제834호)으로 단계적으로 정교해졌습니다. 2026년 6월에는 희토류 외 품목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2026년 1월 핵심광물 행정명령을 냈고, 펜타곤이 MP머티리얼즈에 지분 투자, Lynas와 공급계약, NdPr 가격 하한 설정, ‘Project Vault’ 120억 달러 비축 등 ‘국산화+비축+가격보장’ 전략을 펴고 있습니다.
미국 MP Materials(마운틴패스 광산·텍사스 자석), 호주 Lynas(중국 밖 최대 생산자), USA Rare Earth(오클라호마 자석 공장) 등이 비중국 공급망의 핵심 축입니다. 다만 중국 수준의 정제·자석 역량 확보에는 수년이 더 필요합니다.
📚 참고 자료
- Washington Post, China is moving beyond rare earths to restrict key goods needed by US (2026.6.16)
- CSIS, China’s New Rare Earth and Magnet Restrictions Threaten US Defense Supply Chains
- MP Materials, Public-Private Partnership with the Department of Defense
- Bloomberg / Metal Tech News, Lynas–Pentagon rare earths de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