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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세 Global Situation  |  GLOBAL-SITUATION

이란은 문을 닫지 않았다 — 호르무즈 해협 통제, 봉쇄에서 ‘관리’로

📅 0138 KST — 2026.09.10
✍️ wjdwo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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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열흘 동안 호르무즈 해협 통제 문법이 바뀌었다. 2월에 이란이 한 일은 해협을 닫는 것이었다. 9월에 이란이 하는 일은 해협을 운영하겠다는 선언이다. 차이가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나는 이 전환이 이번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라고 본다. 문을 부수는 싸움은 언젠가 끝난다. 문에 요금표를 붙이는 싸움은 좀처럼 끝나지 않는다.

9월 9일, 이란 혁명수비대(IRGC) 대변인 호세인 모헤비 준장은 차바하르에서 오만해·아라비아해로 이어지는 해역을 ‘제재 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이 구역에 들어온 선박은 다음번에 호르무즈를 이용할 수 없고, 항만·보험 등 필요한 서비스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제재를 받는 나라가 자기 이름으로 제재 명단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이 장면이 어떤 의미인지 짚어보려 한다.

📌 이 글의 요지
  • 이란의 9월 조치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 방식을 봉쇄에서 통행 관리권 주장으로 바꾼 것이다. 물리력이 아니라 규칙으로 싸우는 국면에 들어섰다.
  • 미국의 대응도 ‘탱커 대 탱커’로 대칭 변형됐다. 파괴가 아니라 상대 수출 자산을 하나씩 없애는 방식이다.
  • 통항량 지표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 공식 발표는 회복을, 선박 계수는 급감을 말한다. 시장은 후자에 돈을 걸었다.
  • 9월 9일 IAEA의 안보리 회부는 실효 제재로 이어지기 어렵다. 그러나 기록으로는 남는다.
  • 앞으로의 변수는 격추율이나 명중률이 아니라 보험료와 제3국 선원 사망자일 가능성이 높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 상황을 보여주는 야간 항로 위성 시점 이미지

호르무즈 해협 통제 문법은 6개월 동안 세 번 바뀌었다

이번 전쟁을 처음부터 따라온 사람이라면 국면이 몇 차례 갈아탄 것을 느꼈을 것이다. 나는 크게 세 단계로 끊어 본다.

국면시기이란의 수단미국의 수단
파괴2월 말~4월해협 폐쇄·기지 미사일핵·미사일 시설 공습
협상6월~8월 중순통항 재개를 협상 카드로제재 완화·재건 자금 제시
관리권 다툼8월 말~현재제재 구역·회랑 지정·서비스 거부그림자 함대 탱커 타격

6월 17일 양국이 서명한 14개 항 양해각서는 60일이라는 협상 시한을 달고 있었다. 그 시한은 8월 17일에 만료됐고, 그 뒤로 협상 진전은 확인되지 않는다. 8월 26일에는 이란과 오만이 임시 항로를 만들었다는 발표가 나왔다. 다만 이란 외무부는 조건을 붙였다. 미국이 각서상 의무를 이행하기 전까지 미국 선박에는 해협을 열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협상이 끝났다는 선언은 없었다. 대신 수단이 바뀌었다.

9월의 열흘 — 표적이 배로 옮겨졌다

9월 1일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 남부 IRGC 표적 다수를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이란은 이튿날 요르단·바레인·쿠웨이트·이라크의 미군 기지를 향해 미사일과 드론을 쏘았다. 여기까지는 여름 내내 반복된 교환이다. 달라진 것은 그다음이다.

9월 8일 밤,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 유조선 5척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유는 IRGC가 이틀 사이 두 차례 미 해군 함정을 탄도미사일로 겨냥했다는 것이었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표현이 이 정책을 요약한다. “이란이 미 해군 함정을 때리려 할 때마다, 그들은 탱커를 잃게 된다.” 이란은 호르무즈 인근 선박 10척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피해가 확인된 선박은 셋이다. 두바이 앞바다의 유류운반선 허큘리스 스타호에서는 선원 1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이라크 해역에서는 원유 200만 배럴을 실은 뉴안드로스호가 드론 공격 뒤 화재를 겪었다. 이 배의 선원 22명은 무사했다. 아랍에미리트 코르파칸 항에서는 LNG 선박 1척이 손상됐다.

ℹ️
참고 정보

확인된 사실과 일방 주장을 갈라두면 이렇다. 확인: 중부사령부의 탱커 5척 타격 발표와 영상, 요르단의 요격 발표(20발 중 18발 요격, 인명 피해 없음), 선사·해운 보안업체가 보고한 개별 선박 피해. 주장: IRGC의 “선박 10척 공격” 집계와 이란 국영매체의 민간 피해 보고. 후자는 독립적으로 확인되지 않았고, 앞으로 숫자가 조정될 여지가 있다.

호르무즈 인근에서 피격된 탱커에서 검은 연기가 오르는 장면

호르무즈 해협 통제 — 봉쇄가 아니라 행정 행위다

모헤비 준장의 발표문을 다시 읽어보면 군사 용어보다 행정 용어가 많다. 구역을 지정하고, 명단을 만들고, 서비스 제공을 거부한다. 무력으로 막는다는 말은 호르무즈 본류에만 붙어 있다. 그 바깥의 넓은 해역에 대해서는 무력 대신 불이익을 예고했다. 9월 6일 모흐센 레자이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이 예고한 신규 회랑 역시 “이란과 오만 수역에 있고 이란이 관리한다”는 표현을 달고 나왔다.

왜 이 방식인가. 군에서 배운 원칙 하나가 여기서 설명력을 가진다. 전력이 열세인 쪽은 상대가 강한 영역에서 결전을 피하고, 상대가 구조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문제를 끌고 간다. 미사일 교환에서 이란은 계속 밀린다. 요르단 사례처럼 스무 발을 쏘아 열여덟 발이 요격되는 교환비는 지속 가능한 형태가 아니다. 반면 규칙과 서류는 요격되지 않는다. 항만 서비스를 주지 않겠다는 통보를 격추할 방법은 없다.

여기에 이란 쪽 계산이 하나 더 얹혀 있다고 본다. 봉쇄는 전 세계를 적으로 만든다. 반면 통행 관리는 국제사회에 ‘질서를 제공하는 주체’라는 외양을 준다. 요금과 허가는 주권의 언어이고, 주권의 언어는 협상 테이블에서 지분으로 환산된다. 실제로 오만과의 회랑에 수익 배분이 거론된다는 보도가 나온 것은 그 지분화가 이미 시작됐다는 신호로 읽힌다.

⚠️
주의사항

다만 이 전략에는 자기 발등을 찍는 구석이 있다. 이란의 원유 수출도 같은 물길을 쓴다. 미국이 ‘탱커 대 탱커’로 응수하는 순간, 규칙을 쓰겠다는 쪽이 규칙을 집행할 수단(자기 선박)을 먼저 잃는 구조가 된다. 9월 8일 카르그 섬 인근 타격이 그 점을 정확히 노린 것으로 보인다.

유가 100달러가 가격에 넣은 것

브렌트유는 9월 9일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7월 이후 처음이다. 그 전날에는 99달러를 찍고 97달러대에서 마감했고, 주말 선박 피격 직후인 7일에는 97달러 선이었다. 같은 기간 후티 세력이 사우디 자잔 정제시설(일 40만 배럴 규모)을 겨냥했다는 보도도 겹쳤다.

이 숫자를 어떻게 읽어야 하나. 나는 시장이 ‘해협이 닫힌다’에 걸었다고 보지 않는다. 만약 폐쇄에 걸었다면 100달러에서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시장이 가격에 넣은 것은 해협을 통과하는 비용이 구조적으로 올라간다는 쪽이다. 전쟁 리스크 보험료, 우회 항로의 운임, 대기 시간, 선원 확보 비용이 한 번 올라가면 휴전이 와도 잘 내려오지 않는다. 유가와 재고의 괴리를 다뤘던 지난 6월 글에서 나는 눌린 용수철이 언제 튀느냐를 물었다. 지금 튀는 방식은 공급 중단이 아니라 통행 비용의 재가격이다.

이 대목에서 보험이 왜 물리적 봉쇄보다 실질적인 병목인지를 짚은 보험 시장 분석을 함께 보면 그림이 선명해진다. 이란이 ‘서비스 거부’를 무기로 꺼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배를 침몰시키지 않고도 배를 멈추게 하는 가장 값싼 방법이 거기에 있다.

유가 100달러 돌파와 전쟁위험 보험료 상승을 표현한 개념 이미지

호르무즈 해협 통제 지표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

여기가 이번 국면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지점이다. 같은 해협을 두고 세 개의 숫자가 돌아다닌다.

🔍 같은 해협, 세 개의 숫자
  • 미 에너지장관: 9월 2일 기준 하루 통과량이 전쟁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발표
  • 해운 전문매체 집계: 최근 열흘간 하루 평균 상품 운반선 약 10척 통과 — 5월 이후 최저
  • 9월 9일 예비 집계: 24시간 동안 선박자동식별장치를 켠 채 통과한 배 6척

세 숫자가 모두 참일 수 있다. 셋째 숫자에 붙은 조건절이 열쇠다. 식별장치를 끈 배는 세어지지 않는다. 제재 회피용 ‘그림자 함대’가 통과의 상당 부분을 담당한다면, 배럴 기준 통과량은 높게 나오면서 식별 가능한 선박 수는 급감하는 조합이 성립한다. 공식 발표는 배럴을 세고, 시장은 확인 가능한 선박을 센다.

내가 보기엔 이런 국면에서 지표를 고를 때 필요한 것은 정확한 숫자가 아니라 숫자의 정의를 먼저 읽는 습관이다. 공개출처정보를 다룰 때 검증과 일방 주장을 어떻게 갈라야 하는지 정리한 OSINT 수집·검증 원리 편을 이 사례에 그대로 대볼 수 있다. 그리고 판단의 기준으로는, 나는 통과 배럴량 발표보다 전쟁 리스크 보험료율과 우회 물량을 우선 본다. 보험료는 정치적 수식이 붙기 어렵다.

IAEA 안보리 회부 — 실효는 얇고 기록은 남는다

같은 9월 9일, 국제원자력기구 이사회는 이란의 불이행을 이유로 사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했다. 20년 만이다. 보도에 따르면 35개 이사국 중 23개국 이상이 찬성했고 러시아·중국·니제르가 반대했다.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시설과 핵물질에 대한 정보가 없고 검증 활동을 수행할 수 없는 상태가 “심각한 확산 우려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 회부가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안보리에는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이 있다. 그러면 무엇을 위한 절차인가. 나는 이것을 제재 절차가 아니라 기록 절차로 읽는다. 고농축 우라늄 약 400kg의 소재를 기구가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국제기구 문서로 확정된 것이다. 추가 농축을 거치면 무기 여러 발 분량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기구 측 평가다. 이 기록은 지금 아무것도 바꾸지 않지만, 나중에 무엇을 하든 그 근거로 인용될 것이다.

이란 유엔대표부는 이 결의를 정치적 결정으로 규정하고, 사찰이 불가능해진 원인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있다고 반박했다. 이 반박에는 사실의 일부가 들어 있다. 시설이 타격을 입은 상태에서 정상 사찰을 요구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그 사실이 물질의 소재를 알 수 없다는 문제를 해소해주지는 않는다. 지도자를 교체해도 프로그램은 남는다는 문제를 7월 글에서 짚었는데, 지금은 그 프로그램의 재고 목록조차 외부에서 확인이 안 되는 단계로 넘어왔다.

IAEA 이사회의 안보리 회부 결정을 상징하는 빈 국제회의장

호르무즈 해협 통제 — 앞으로 석 달, 세 갈래

호르무즈 해협 통제 문제는 앞으로 석 달의 국제정세를 좌우할 변수다. 여름 국면을 정리하면서 나는 이 전쟁이 부수는 방식에서 조르는 방식으로 옮겨갔다고 썼다(관련 글). 9월은 거기서 한 걸음 더 갔다. 조르는 손이 이제 규칙을 쓴다. 그 위에서 나올 수 있는 경로를 세 갈래로 본다.

긍정적 전망

경로 A — 회랑의 사실상 인정. 오만이 얼굴을 대고 이란이 관리에 참여하는 항로가 실제로 굴러가고, 미국이 이를 공식 인정 없이 묵인하는 형태. 통항량이 회복되고 유가는 90달러대로 내려앉을 수 있다. 다만 이 경로는 이란에 준(準)주권적 지분을 남기므로, 미국 국내 정치에서 값을 치를 각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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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사항

경로 B — 탱커 대 탱커의 고착. 현재 상태가 몇 달 이어지는 경우. 양쪽 모두 결정적 승리를 못 얻고, 유가는 95~110달러 구간에서 보험료율에 따라 오간다. 가장 확률이 높은 경로라고 본다. 이 경우 중요한 지표는 전선의 소식이 아니라 재보험사의 요율 고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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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리스크

경로 C — 제3국 선원 사망의 누적. 허큘리스 스타호 사례처럼 교전 당사국이 아닌 나라의 선원이 계속 죽으면, 지금까지 관망하던 국가들이 호송 작전이나 공동 대응으로 밀려 들어간다. 다국적 호송은 충돌면을 넓히고, 이란 본토 표적 확대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 확률은 낮게 보지만, 한번 켜지면 되돌리기 어려운 경로다.

이 분석의 한계

무엇을 믿고 무엇을 보류했나

이 글에서 확인된 사실로 쓴 것은 다섯 갈래다. 중부사령부의 공식 발표, 요르단 정부의 요격 발표, 국제원자력기구 이사회의 표결 결과다. 여기에 선사·해운 보안업체가 보고한 개별 선박 피해와 시장에서 거래된 유가를 더했다. 반면 IRGC의 공격 집계와 이란 국영매체의 민간 피해 수치는 주장으로 표기했다. 양쪽 모두 자기 서사에 맞춰 숫자를 조정할 동기가 뚜렷하다.

그리고 이 글의 핵심 주장, 곧 ‘봉쇄에서 관리로’라는 해석은 사실이 아니라 내 판단이다. 이란이 규칙을 앞세우는 것이 전략적 전환인지, 아니면 물리적 수단이 소진된 뒤의 임시 봉합인지는 앞으로 몇 주의 집행 여부로 갈릴 것이다. 제재 명단이 실제로 공표되고 특정 선박이 실제로 거부당하는 사례가 나오면 전자에 무게가 실린다. 발표만 반복되고 집행이 없으면 후자다. 나는 이 지점을 계속 보고 있겠다.

이란 신규 항로와 제재구역 해도 — 호르무즈 해협 통제 다툼을 표현한 이미지

자주 묻는 질문 (FAQ)

A

현재 국면에서는 낮게 봅니다. 완전 봉쇄는 이란 자신의 원유 수출로를 함께 막고, 중국을 포함한 최대 고객까지 적으로 돌리는 선택입니다. 9월 조치의 방향은 오히려 반대입니다. 통과를 막는 것이 아니라 통과의 조건을 자기가 정하겠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란 본토에 대한 대규모 타격이 있을 경우 계산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A

호르무즈 해협 통제 권한을 놓고 보면, 연안국이 자국 수역 밖 해역에 통항 조건을 부과할 권한은 국제해양법 체계에서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란의 조치가 노리는 것은 법적 효력이 아니라 실무적 마찰로 보입니다. 항만 이용과 보험, 급유·급수 같은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는 방식은 법적 정당성과 별개로 선사에 실제 비용을 발생시킵니다. 효력보다 집행 사례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A

특정 가격을 제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지금 가격을 움직이는 변수가 공급 물량보다 통행 비용이라는 점은 비교적 분명해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배럴당 몇 달러라는 예측보다, 전쟁 리스크 보험료율과 우회 물량의 추이를 먼저 봅니다. 이 두 지표가 안정되면 가격도 따라 내려올 여지가 있습니다. 투자 판단은 각자의 책임 아래 이뤄져야 합니다.

A

안보리 결의에는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이 걸려 있고, 이번 이사회 표결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반대했습니다. 두 나라가 안보리에서 태도를 바꿀 유인은 현재 보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번 회부는 강제력 있는 조치보다는 이란의 불이행 상태를 국제기구 문서로 확정하는 의미가 크다고 읽힙니다.

📚 참고 자료

⚠️ 면책 고지
이 글은 공개된 보도와 공식 발표를 교차 검토해 작성한 분석이며, 특정 자산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는다. 전황 정보는 시간이 지나며 정정될 수 있고, 본문에 인용된 수치는 작성 시점(2026년 9월 10일) 기준이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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